코딩, 그거 먹는건가요? (feat.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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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로도 벅찬데 코딩이라뇨
직업군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사무직 회사원들이라면 대부분 윈도우 환경에서 엑셀로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엑셀은 그 자체로도 많은 기능을 가진 우수한 프로그램이며, 숫자를 다뤄야하는 왠만한 일들은 엑셀로 다 가능하다.
엑셀을 다루는 능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sum 함수 외에는 수작업만 가능한 사람, 엑셀 3대장(vlookup, 필터/정렬, 피벗테이블) 정도는 능숙한 사람, 그리고 매크로에 vba까지 가능한 사람까지 다양하다. 엑셀 능숙도가 해당 직원의 능력치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소위 ‘디지털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이 시대적 대세가 되면서 사무직들에게도 슬슬 새로운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바로 코딩이다. 언젠가부터 직장인들이 학원에 등록하거나 사이버 강의를 통해 코딩 수업을 듣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삼성전자 공채 당시 비개발 직군 면접에서도 파이썬 활용 능력을 물어본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출처 : 아시아경제, 2018.11.19) |
엑셀을 익히기도 벅찬 사무직들에게 왜 코딩능력까지 요구하는걸까? 최근의 코딩 열풍은 우선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기 시작면서 이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코딩 강좌와 대중서들 중에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머신러닝, 딥러닝 강의’ 같은 제목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서는 직장인들을 수요에 맞춘 ‘업무자동화’ 주제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IT 직종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코딩을 접한 사무직 회사원들은 쉽게 지치곤 한다. 너무 어렵기도 하거니와, 실무랑 동떨어져 있어서다.
일단, 코딩이 뭔지부터 알고 시작하자
필자도 출신 성분부터 문송(..)한지라 코딩이 뭔지 제대로 아는 건 아니다. 쓸 수 있는 언어도 파이썬이 전부다. 딱 사무직의 눈높이에서, 아래의 표를 보며 코딩을 이해해보자.
코딩은 프로그래밍과 같은 말이다. 프로그래밍은 말 그대로 우리가 사용하는 엑셀, 한글 따위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프로그래밍은 대개 코드를 짜는 작업이기에 코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뜯어보면 숫자와 문자로 이뤄진 코드들의 집합이다. 코드는 프로그램이 컴퓨터의 ‘뇌’인 CPU에 전달하려는 명령들을 써놓은 문서라고 보면 된다.
인간은 각자의 언어, 예컨대 한국어로 문서를 작성한다. 마찬가지로 코드를 작성하려면 그에 걸맞는 언어를 써야한다. 이를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한다. 파이썬, 자바, C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는 과정은 외국어를 습득할 때와 비슷하다. 단어와 문장을 외우고, 문법도 좀 알고, 자꾸 써봐야 실력이 는다.
코딩을 직장생활에 비유해보자 |
직장생활의 일상적 언어활동인 공문(또는 사내메일) 발송 과정을 떠올려보자. 워드나 기타 편집기로 작성한 문서가 전자결재시스템을 거쳐 공식화된 형태로 다른 부서나 기관에 전달된다. 코딩 작업에서 ‘전자결재시스템’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코드를 해석하고 실행하는 도구인 ‘인터프리터’다.
인터프리터는 인간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된 코드를 CPU가 이해할 수 있는 체계(=기계어)로 번역해 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1]. “오늘 PC에 파이썬을 깔았어!”라고 말한다면 이는 파이썬 인터프리터를 설치했다는 뜻이다. 반면 “나 파이썬 좀 쓸 줄 알아”라고 하면 파이썬의 문법을 알고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밖에 코딩을 하는데 필수적 도구들이 있다.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워드프로세서를 활용하듯이, 코드를 작성할 때는 통합개발환경(IDE)을 쓴다. 코드를 손쉽게 편집하고 실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또한 공문 작성 시 과거 자료들을 참고하는 것처럼, 코딩을 할때는 라이브러리를 활용한다. 라이브러리란 프로그래밍을 할 때 구성요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 놓은 코드 조각들의 모음을 말한다. 특히 개발자 아닌 직장인들이 코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남들이 만들어놓은 다양한 라이브러리들을 잘 활용 하는 것이다. (라이브러리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직장인 코딩 = DIY 업무용 프로그램
한마디로 말하자면, 코딩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당장에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가 개발자도 아닌데 무슨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말인가?
사무직 회사원들이 코딩을 한다는 의미는 거창한게 아니다. 회사의 홈페이지나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한다거나, AI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결국 우리의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코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장인 코딩의 목적은 내 업무에 딱 들어맞는 소규모 맞춤형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써먹는 것이다. 물론 우리에겐 회사마다 고유한 업무시스템이 존재하고,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라는 엄청난 업무용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런데 그 틈새가 바로 파이썬 코딩이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다. 회사 업무시스템에서 필요한 자료를 내려받고, 별도의 엑셀 양식에 맞게 가공해서 붙여넣고, 비슷한 형식의 자료들을 규칙에 맞게 하나로 묶고, 날것의 자료들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분석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매일 같이 반복되는 프로세스들을 내 손과 눈이 아니라 컴퓨터가 대신하도록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수작업이 필요한 영역이라 해도, 엑셀만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을 코딩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사실 이정도로는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파이썬 코딩을 실무에서 써먹을 수 있는 사례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1]: 코드의 실행도구에는 ‘컴파일러’라는 것도 있는데, 어짜피 파이썬은 인터프리터 계열이므로 모르고 넘어가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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